일기나 쓰고갈래욤.

2005.08.19 14:39

유관순 조회 수:171




처음으로 힐을 신은 날.
거울 앞에선 나를 보며,
하루에 조금씩 조금씩 더 이뻐지자. 라고 다짐을 했건만ㅡ
배에 집중적으로 붙어있는 살도 그대로고.
눈밑의 다크써클도 그대로고.
허스키한 목소리조차 그대로다.


아함..
하지만 한가지 변하고 있는게 있다면, 손이다.
겨울만 되면 유난히 잘 트는 체질이라 항상 손등이 거칠곤 했다.
처음 서울 올라 올때만해도 내 손을 잡은 이모가
여자가 왜 이렇게 손등이 거칠어! 하며 면박을 주었었는데,
몇달지나지않은 지금  내 손은 하루하루 조금씩 촉촉하고 부드러워지고 있다, 으하핫.

어릴 적부터 나는 사촌동생의 손을 참 부러워했었다.
가늘고 긴 손가락과. 부드럽고 하얗기까지 한 손은, 천상 여자의 손이었다.
그에 비히면 난, 짧다..거기에 몽땅하기까지하고...
펜은 또 어찌나 세게쥐는지 네번째 손가락엔 불툭. 펜혹까지 나와 있으니
내 손은 여자 손이라기 보다는, 남자 손에 가까운 손이었다.

아니 심하게 말하면 발이라고 할수 있다.
스스로 손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내 손을 관찰하는 사람에게는,
하하- 제손 웃기죠? 제손은 놀고 먹는 손이 아니라, 일하는 손이예요.
라고 잽싸게 내 손에 대해 그럴듯한 변명을 미리 붙이곤 했는데.ㅎ

나는 손이라는 신체 부위를 참 좋아한다.
입술로는 다 전하지 못하는 말을, 때로는 손이 더 잘 말해주기 때문이다.
어감도 좋다. 손ㅡ
팔짱을 끼는 것 보다, 어깨동무를 하는 것보다, 손을 맞잡는 것이 더 좋다.
손을 맞잡는다는 것은, 맨살과 맨살이 만나는 것이기에 거짓이 없다.
또 차가운 손과 따뜻한 손이 만났을때,
항상 따뜻한 것이 차가운 것에게 온기를 나누어주어 둘다 따뜻하게 되지,
절대로 차가운것이 따뜻한것을 차갑게 식혀 버리는 법이 없다.
상대방에게 내 체온이 전해지진다는 것, 때로는 내 체온을 나누어 줄수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참 따뜻하고, 예쁜 일인것 같다.

정신과영수증에보면, 정신의 아는 언니는 남자친구가 생기고 난뒤로
잠자기 전에 항상 로션을 듬뿍 손에 바르고 잔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손을 맞잡는다는 건, 생각만해도 가슴 벅차고 설레는 일이다.
음. 나도 이제 슬슬 내 앞에 나타날 운명을 기다리며 손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지 모를 내 운명은, 손 안이쁘다고 나를 내팽개칠 그런 싸이코는 아닐테지만.
그래도 뭐랄까. 이왕이면...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히히ㅡ

아무튼.
손이 슬슬 이뻐지기 시작하는데, 이 기회에 그냥 확,아예 손을 사랑해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잠자기 전엔 바세린도 발라주고,
효과만점인 뉴트로지나 핸드크림 좀 발라주고,
조만간 네일샵에도 한번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가을에는 운명을 만날수 있을것 같다. 아무래도.ㅋ
단풍나무 아래를 손맞잡고 걸으면 참 행복하겠다.! 히히ㅡ

예뻐진 내손과. 내손을 맞잡고 있는 든든한 손.
기대가 된다.
나는. 어떤 사람과 손을 맞잡게 될까?



대한 독립 만세
written by유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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