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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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라는 직업군의 산출물은 일반인이 모방하기 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

그렇기에 다른 직군보다 어설픈 가짜 기획자들이 많은 것 같다.


사실 기술 자체에 대해 직접 만들진 못하더라도 디자이너나 개발자 수준으로 기술의 가능성을 알아야 하고

좀 더 큰 그림을 봐야 하는 게 이 보직이라 생각한다.


작년 꽤 오랜 시간 내부 기획이 끝났다는 말로 투입되었던 거래처 작업은 막상 열어놓고 보니 기획단이 마치 모래성 같았고,

그 위에서 뭔가 하려니 매번 디자인과 기획단의 내용이 변경되는 바람에 3개월짜리 프로젝트가 1년이 넘어서 끝났었다.


확신이 없는 기획이기에 불안했는지,

서비스 개발 마무리 단계에서 유지보수를 할 개발자를 뽑지 않고,

기획자를 뽑았길래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이미 채용된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 뽑혔다는 그 담당자 분과 지루한(업무 인수인계가 전혀 되지 않은) 회의를

했고, 뭔가 그 상황에 새로운 방향으로 핸들링하면서 똑같은 기존 문제를 반복하려 하길래 강하게 조언했지만,

변경되는 게 없었기에, 약속했던 개발부분만 완료하고 빠져나왔다. 

(마지막까지 신임 담당자는 자기가 맞다고 선무당질을 하길래, 딱 선을 그었었다.)


그러고 반년여의 시간이 흘렀는데, 그 때 문제가 되는 부분들에 대해 조언을 했던 게 역시나 맞아떨어졌고,

전임자가 어렵게 내게 연락을 하셨다.


반쪽짜리 프로젝트가 되어버린 것 같은데 마무리가 가능할지.


거래. 그리고 일은 상대방과의 약속에 기반하고, 그게 쌓여 신뢰가 되는 것 같다.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강하게 말하는 타입이라 발주사 입장에선 굳이 시키면 시키는데로 까는(치고 빠지는) 개발사가  일을 하기는 편할지 모르나

그것은 결과물을 통한 수익을 만들지 못한다는게 내 기본 신념. (약은 약사에게라면, 개발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하는 게 당연한건데, 단가땜에 선무당에게 맡기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듯..)


어느 바닥이나 그 영역에서의 경험이 녹아 개발 비용에 포함이 된다. 이는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니까.


시간이라는 돌이키거나 회복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고객사는 1년반 남짓을 버렸다.

그 과정에 나 또한 손해를 봤지만, 이렇게 다시 찾는 고객이 있으니 그들의 손해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데 도움을 줘야 하는지 고민이며 조금은 까칠한 내 신념이 그래도 맞는 것인가 싶긴하다.

(자칫 또 한다고 했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프로젝트로 손해 볼 가능성도 있으니..)


아무튼. 모든 문제는 사람. 일은 정직하게 해야하는데,

가끔 자기 능력을 혹은 자신을 속이는 사람들이 있어서 문제가 만들어지는 듯.

연습경기는 혼자 하는 거지, 돈이 걸린 프로 세계에서는 하면 안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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